Human Agency에 대한 소고 (小考)
나의 연구 주제는 Human Agency이다. 한국어로 딱히 번역될만한 단어가 없다. 경영학에서의 Agency Theory는 한국어로는 대리인 이론으로 번역이 되어 활용되어 지지만, Human Agency는 '대리인'이란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Albert Bandura는 Human Agency의 3가지 양식-Personal Agency, Proxy Agency, Collective Agency-을 설명하는데, 그 중, 경영학에서의 Agency Theory는 Proxy Agency에 해당한다.
Human Agency는 '자신의 삶의 성질 (性質)과 질 (質)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더 나아가 개선하고 탈바꿈하는데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개념이다. 최근 이집트의 혁명(?)을 지켜보며, 인간이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하고, 실제로 자신들의 열망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래, 우리에겐 그러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국의 민주화 투쟁 과정도 사실 이집트와 다르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북한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Human Agency의 개념에 빠지고 실천하다보면, 자칫, 인간이 모든 것-자연까지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에 빠지기 쉽다. 이번 일본 지진과 그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유출, 인명 피해 등을 지켜보며,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는 미물(微物)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혹자들은 이번 일본의 참사는 인간의 자연을 거스르려는 노력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도 하고, 어떤 종교인은 신의 뜻으로도 결부를 짓기도 한다. Human Agency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약간의 무기력함과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Human Agency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Human Agency는 타인이나 자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질을 통제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여기서 우리는 희망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자연재해 혹은 인재(人災)로부터 다시금 우리의 삶의 터전을 복구할 수 있다. 함께 공부하던 미국인 친구 (현재는 박사가 되었다)는 뉴올리언즈 지역의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허리케인 카드리나로부터 찾아온 재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는지를 연구하였었는데, 그 핵심은 Agency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Agency는 약간 중립적인 성격을 띈다. 문명의 이기를 창조하고 꿈을 이루고 역경을 극복하는 좋은 곳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을 발현하는 형태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체와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선한 의도로 Human Agency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Human Agency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순기능을 극대화 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을 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나의 방향성과 앞으로 취할 행동들도 나의 Human Agency의 발현이다. 부디 이것이 전체를 유익하게 하는데 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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